Screen, City, and the Rhythm of the Audience
by 김지현 본부장, d'strict
도시 공간 속 스크린은 이제 일상에 낯선 시간성을 불어넣으며, 삶에 독특한 리듬을 더하는 미디어 환경으로 자리잡았습니다. 1960~70년대, 미래 도시를 상상한 아키그램(Archigram)이 🔗 인스턴트 시티(Instant City)를 통해 제시했던 ‘이동하는 메트로폴리스(traveling metropolis)’가 현실이 된 셈입니다. 뉴욕 타임스퀘어,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 그리고 서울 삼성역을 떠올려보면, 이제 스크린은 단순히 시각 이미지를 송출하는 장치를 넘어, 도시 한가운데에서 사람들의 시간과 감각을 새롭게 흐르게 하는 리듬을 만들어냅니다.

WAVE by d'strict
도시의 스크린, 예술을 입다
도시로 확장된 스크린이 열어낸 시공간은 변화하는 환경에 질문을 던지는 크리에이터들에게도 흥미로운 매체로 작용해 왔습니다. 2000년대 초반 이후, 오픈소스와 레이저를 활용한 그래피티부터 광고용 스크린을 공공 예술로 전환하려는 시도까지, 그 흐름은 점점 더 다채로워지고 있습니다.
2006년 도시 곳곳에 레이저로 드로잉을 펼친 그래피티리서치랩(Graffiti Research Lab)의 오픈소스 프로젝트 🔗L.A.S.E.R Tag, 2008년 스페인 미디어랩 프라도(Medialab Prado)가 소개한 14.5m × 9.4m 규모의 🔗 예술 전용 파사드, 2012년부터 타임스퀘어 90개 이상의 스크린을 11시 57분부터 자정까지 빛내온 타임스퀘어의 🔗 미드나잇 모먼트(Midnight Moment), 2020년 피카딜리 서커스를 중심으로 세계 주요 도시 대형 스크린으로 확장한 공공예술 플랫폼 🔗CIRCA, 그리고 같은 해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디스트릭트의 퍼블릭 아트 프로젝트 🔗Wave까지, 스크린을 둘러싼 폭넓은 실험은 지금도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 중입니다.

Unsupervised by Epik Anadol @MoMA
스크린, 미술관에 진입하다
한편, 스크린은 미술관이라는 제도적 공간에도 진입하며 또 다른 확장성을 모색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예가 2022년 뉴욕 현대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 MoMA)에서 선보인 래픽 아나돌(Refik Anadol)의 🔗Unsupervised 입니다. 이 작품은 200년이 넘는 기간을 아우르는 MoMA의 소장품 데이터를 AI가 학습하여 재해석하고, 여기에 실시간 장소특정적(Site-Specific) 데이터를 결합해 생성된 이머시브 인스톨레이션입니다. 가로 7.21m, 세로 7.44m에 달하는 고해상도 스크린 위에 펼쳐진 이 작품은 미술관 메인 로비 전체를 압도하는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Unsupervised는 대중과 미술계 모두의 주목을 받으며, 디지털 아트를 둘러싼 담론에 다른 결을 더했습니다. 특히 작품 앞에서 춤을 추거나 자세를 바꿔가며 감상하는 관람객들의 모습은 전통적인 회화나 조각 앞에서는 보기 어려운, 자유로운 몸짓으로, 🔗 작가의 인스타그램에서도 공유된 바 있습니다. 이는 스크린이 단순한 매체를 넘어 감각적 리듬을 만들어내는 공간적 상호작용의 매개가 되어, 예술과 관객 사이에 새로운 접점을 제안하는 시도로도 해석됩니다.

LIGHT by Rafaël Rozendaal @Hyundai Card MoMA Digital Wall
스크린, 공간을 열다
MoMA에서 이 작품이 이례적인 점은, 래픽 아나돌(Refik Anadol)의 전시가 종료된 뒤에도 디지털 스크린이 로비에 남았다는 사실입니다. 전시가 끝나면 철거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을 깨고, 이 스크린은 현재 MoMA의 주요 전시 플랫폼 중 하나로 기능하며 다양한 디지털 작품을 선보입니다.
올 가을까지는 네덜란드-브라질 출신의 시각 예술가 라파엘 로젠달(Rafaël Rozendaal)의 전시 🔗Light가 이 공간을 채우고 있습니다. 전시 제목 Light는 ‘빛’과 ‘가벼움’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으며,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작업해온 작가의 작업 세계를 응축해 드러냅니다. 로젠달은 "내 노트북이 내 스튜디오다"라고 말할 만큼 이동성과 자유를 중시하며, 대부분의 작품은 10KB 이내의 파일 크기로 구성됩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25점의 작품을 모두 합쳐도 크기가 135KB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10KB 이내의 디지털 작품들이 가로 세로 7m가 넘는 대형 스크린 위에 펼쳐지고, 빛나는 화면 앞을 채우는 관객들의 움직임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공간적 리듬을 만들어냅니다. 스크린이 더 이상 단순한 시각 매체가 아니라, 사람들이 함께 머무는 공간을 형성하고, 감각을 확장하고 재조직하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기능하며, 미술관의 새로운 관람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낯선 리듬을 향해
이번에 소개한 프로젝트들은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앞으로 스크린을 매개로 펼쳐질 크리에이터들의 미학적 실험, 미디어의 다층적인 변주, 그리고 그 안에서 관객들 각자의 감각이 함께 엮어갈 낯선 리듬들을 더 자주 마주하길 기대합니다.

Screen, City, and the Rhythm of the Audience
by 김지현 본부장, d'strict
도시 공간 속 스크린은 이제 일상에 낯선 시간성을 불어넣으며, 삶에 독특한 리듬을 더하는 미디어 환경으로 자리잡았습니다. 1960~70년대, 미래 도시를 상상한 아키그램(Archigram)이 🔗 인스턴트 시티(Instant City)를 통해 제시했던 ‘이동하는 메트로폴리스(traveling metropolis)’가 현실이 된 셈입니다. 뉴욕 타임스퀘어,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 그리고 서울 삼성역을 떠올려보면, 이제 스크린은 단순히 시각 이미지를 송출하는 장치를 넘어, 도시 한가운데에서 사람들의 시간과 감각을 새롭게 흐르게 하는 리듬을 만들어냅니다.
WAVE by d'strict
도시의 스크린, 예술을 입다
도시로 확장된 스크린이 열어낸 시공간은 변화하는 환경에 질문을 던지는 크리에이터들에게도 흥미로운 매체로 작용해 왔습니다. 2000년대 초반 이후, 오픈소스와 레이저를 활용한 그래피티부터 광고용 스크린을 공공 예술로 전환하려는 시도까지, 그 흐름은 점점 더 다채로워지고 있습니다.
2006년 도시 곳곳에 레이저로 드로잉을 펼친 그래피티리서치랩(Graffiti Research Lab)의 오픈소스 프로젝트 🔗L.A.S.E.R Tag, 2008년 스페인 미디어랩 프라도(Medialab Prado)가 소개한 14.5m × 9.4m 규모의 🔗 예술 전용 파사드, 2012년부터 타임스퀘어 90개 이상의 스크린을 11시 57분부터 자정까지 빛내온 타임스퀘어의 🔗 미드나잇 모먼트(Midnight Moment), 2020년 피카딜리 서커스를 중심으로 세계 주요 도시 대형 스크린으로 확장한 공공예술 플랫폼 🔗CIRCA, 그리고 같은 해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디스트릭트의 퍼블릭 아트 프로젝트 🔗Wave까지, 스크린을 둘러싼 폭넓은 실험은 지금도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 중입니다.
Unsupervised by Epik Anadol @MoMA
스크린, 미술관에 진입하다
한편, 스크린은 미술관이라는 제도적 공간에도 진입하며 또 다른 확장성을 모색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예가 2022년 뉴욕 현대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 MoMA)에서 선보인 래픽 아나돌(Refik Anadol)의 🔗Unsupervised 입니다. 이 작품은 200년이 넘는 기간을 아우르는 MoMA의 소장품 데이터를 AI가 학습하여 재해석하고, 여기에 실시간 장소특정적(Site-Specific) 데이터를 결합해 생성된 이머시브 인스톨레이션입니다. 가로 7.21m, 세로 7.44m에 달하는 고해상도 스크린 위에 펼쳐진 이 작품은 미술관 메인 로비 전체를 압도하는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Unsupervised는 대중과 미술계 모두의 주목을 받으며, 디지털 아트를 둘러싼 담론에 다른 결을 더했습니다. 특히 작품 앞에서 춤을 추거나 자세를 바꿔가며 감상하는 관람객들의 모습은 전통적인 회화나 조각 앞에서는 보기 어려운, 자유로운 몸짓으로, 🔗 작가의 인스타그램에서도 공유된 바 있습니다. 이는 스크린이 단순한 매체를 넘어 감각적 리듬을 만들어내는 공간적 상호작용의 매개가 되어, 예술과 관객 사이에 새로운 접점을 제안하는 시도로도 해석됩니다.
LIGHT by Rafaël Rozendaal @Hyundai Card MoMA Digital Wall
스크린, 공간을 열다
MoMA에서 이 작품이 이례적인 점은, 래픽 아나돌(Refik Anadol)의 전시가 종료된 뒤에도 디지털 스크린이 로비에 남았다는 사실입니다. 전시가 끝나면 철거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을 깨고, 이 스크린은 현재 MoMA의 주요 전시 플랫폼 중 하나로 기능하며 다양한 디지털 작품을 선보입니다.
올 가을까지는 네덜란드-브라질 출신의 시각 예술가 라파엘 로젠달(Rafaël Rozendaal)의 전시 🔗Light가 이 공간을 채우고 있습니다. 전시 제목 Light는 ‘빛’과 ‘가벼움’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으며,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작업해온 작가의 작업 세계를 응축해 드러냅니다. 로젠달은 "내 노트북이 내 스튜디오다"라고 말할 만큼 이동성과 자유를 중시하며, 대부분의 작품은 10KB 이내의 파일 크기로 구성됩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25점의 작품을 모두 합쳐도 크기가 135KB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10KB 이내의 디지털 작품들이 가로 세로 7m가 넘는 대형 스크린 위에 펼쳐지고, 빛나는 화면 앞을 채우는 관객들의 움직임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공간적 리듬을 만들어냅니다. 스크린이 더 이상 단순한 시각 매체가 아니라, 사람들이 함께 머무는 공간을 형성하고, 감각을 확장하고 재조직하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기능하며, 미술관의 새로운 관람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낯선 리듬을 향해
이번에 소개한 프로젝트들은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앞으로 스크린을 매개로 펼쳐질 크리에이터들의 미학적 실험, 미디어의 다층적인 변주, 그리고 그 안에서 관객들 각자의 감각이 함께 엮어갈 낯선 리듬들을 더 자주 마주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