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고독 : SVCCY가 조형한 현실들


by LED.ART EDITORIAL



디지털 시대의 정체성과 고립을 탐구하다 — SVCCY 인터뷰
LED.ART는 유럽, 아시아, 북미의 관객들을 사로잡은 감각적이고 몽환적인 3D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피지탈(phygital) 아티스트 Svccy와의 단독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고전 조각상을 디스토피아적 배경 속에 배치하거나, 물리적 공간과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오디오비주얼 퍼포먼스를 통해, Svccy는 정체성, 자유, 그리고 감정적 단절이라는 동시대적 주제를 깊이 있게 탐구합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Vaporwave에서 영감을 받은 초기 작업부터 리카르도 무티(Riccardo Muti) 지휘의 오페라 연출을 위한 시각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Svccy의 예술 여정을 따라가 봅니다. 또한 LED.ART를 통해 전시된 ‘Statue Houses’ 시리즈에 담긴 메시지에 대해서도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봅니다.



Q1.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이탈리아 출신의 디지털 아티스트 Svccy입니다. 2016년 디지털 콜라주 아트로 작업을 시작했으며, 이후 3D 그래픽으로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제 작업은 정체성, 진정성, 그리고 오늘날 미디어 중심의 기술 사회에서의 자유의 환상을 주제로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의 개성 상실을 표현하는 데 관심이 많으며, 종종 조각상이나 가려진 얼굴을 통해 이를 시각화합니다.
저는 몰입감 있는 시각적 구성을 만들고, 직접 제작한 음악을 함께 구성하여 다차원적인 경험을 추구합니다. 그동안 런던, 도쿄, 밀라노, 파리 등 국제적인 도시에서 전시를 진행해왔습니다. 2023년에는 런던 W1 Curates에서 첫 이탈리아인 개인전 작가 중 한 명으로 소개되었으며, 이후 도쿄의 Neo Shibuya TV와 리카르도 무티 마에스트로가 지휘한 오페라 무대 시노그래피 작업에도 참여했습니다.
2024년과 2025년에도 저의 디지털 작품은 벨기에 전역의 1,000개 이상의 퍼블릭 스크린을 비롯해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리조트, 이스탄불, 남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전시 등에서 소개되고 있습니다. 현재 이탈리아 만토바의 Zanini Arte 갤러리의 대표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국제 전시와 아트페어에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피지컬+디지털(phygital) 아티스트입니다.


Dystopian Constructions — Solo Exhibition at W1 Curates, London (2023). Photo courtesy of Svccy 


Q2. 미디어 아티스트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저는 어릴 때부터 예술에 매료되어 왔고, 박물관과 전시회를 방문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예술 작품으로 가득한 긴 갤러리에서 길을 잃고 다양한 형태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이 저에겐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디지털 아트에 대한 접근, 특히 처음 시작한 콜라주 아트는 우연히 시작되었습니다. 2016년쯤, 저는 2011~2012년 온라인에서 시작된 Vaporwave 무브먼트를 접하게 되었고, 그 미학에 영감을 받아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 특히 포토샵을 독학하며 첫 디지털 콜라주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초기 몇 년간은 Vaporwave 또는 Aesthetic 무브먼트의 시각 언어와 스타일을 따랐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콜라주 아트에서 벗어나 저만의 시각적 접근 방식을 개발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더 깊고 복합적으로 탐구할 수 있는 매체인 3D 아트로 자연스럽게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Q3. 작업에 대한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으시나요? 존경하거나 특별히 영향을 받은 작가나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A. 저는 다양한 예술 사조와 창작자들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아왔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가장 큰 참고 중 하나는 Vaporwave 무브먼트인데, 이는 단순한 음악 장르를 넘어 시각적 미학으로서도 저에게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2010년대 초 인터넷에서 시작된 이 흐름은 팝 문화, 포스트모던 건축, 80~90년대 광고 요소를 향수와 비판의 시선으로 재해석합니다. 네온 컬러, 고전 조각상, 디지털 글리치의 사용은 제 시각적 세계에 강렬한 영향을 주었습니다.
좀 더 전통적인 미술의 관점에서는 조르조 데 키리코와 같은 형이상학적 화가들의 작품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그의 황량한 광장과 수수께끼 같은 건축물은 시간의 흐름이 멈춘 듯한 느낌을 줍니다. 또한 초현실주의의 거장 르네 마그리트의 꿈결 같은 이미지와 현실의 모호함도 제 작업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고전 조각 역시 제 작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저는 이러한 고전적인 형태들을 미래적이거나 디스토피아적인 배경 속에 재해석함으로써, 과거와 현재 사이의 대화를 만들어내는 것에 매료되어 있습니다.
디지털 아트 분야에서는 Beeple, Filip Hodas, Andreas Wannerstedt 등 많은 현대 아티스트들로부터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들은 뛰어난 기술력과 강한 개념적 기반을 결합하여 시각적·서사적으로 강력한 작품을 만들어냅니다.
음악 또한 저에게 큰 영감의 원천입니다. 실제로 작업에 앞서 음악을 먼저 듣거나 직접 작곡하며 시각 작업을 시작한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오페라 <노르마>와 <나부코>의 무대 디자인 작업에서도 음악이 작업의 분위기, 리듬, 감정의 톤을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좌) BLACK MAGIC by René Magritte (1945), (우) Piazza d'Italia by Giorgio de Chirico (1913) 


Q4. 작업 과정에서 주로 사용하는 툴이나 소프트웨어는 무엇인가요?
A. 현재 제 작업의 핵심 도구는 3D 그래픽이며, 주로 Blender를 사용합니다. 이 툴은 모델링, 조명, 애니메이션 등 장면을 매우 정밀하고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게 해줍니다.
작업은 보통 3D 모델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되며, 종종 고전 조각상을 재구성하거나 건축 요소를 새롭게 해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후에는 텍스처와 재질에 집중합니다. 제가 원하는 시각적 효과를 얻기 위해 대리석, 금속, 유리, 반사 재질 등의 표면을 선택합니다. 조명은 작업 흐름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공간감과 깊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드라마틱한 조명 구성과 강렬한 색 대비를 자주 사용합니다. 
3D 디자인 외에도, 포스트 프로덕션 단계에서는 Photoshop과 Premiere Pro 같은 툴을 사용하여 비주얼을 다듬고 최종 효과를 추가합니다. 최근 1년 동안은 인공지능을 창작 과정에 통합하는 방법도 실험해보고 있습니다. AI는 창작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작업 흐름 중 일부를 간소화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도구로 활용하고자 합니다.


Q5.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감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저는 작업을 통해 정체성, 진정성, 그리고 미디어에 의해 과포화되고 기술 중심적인 세상 속에서의 자유에 대한 개념을 탐구하고, 이에 대해 사색을 유도하고자 합니다. 주로 3D 그래픽을 활용하여 애니메이션 형식의 시각 작품을 만들며, 그 안에는 디스토피아적 환경에 놓인 조각상이나 물체에 의해 부분적으로 가려진 인물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는 개성의 상실과 현대 사회를 규정짓는 소외감을 상징합니다.
저는 시간이 멈춘 듯한, 디지털적 고독이 느껴지는 공간을 표현하려고 노력합니다. 제 작품은 오늘날 우리가 겪는 모순—항상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정작 감정적으로는 고립되어 있는 상태—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메시지에는 비판적이거나 우울한 정서가 담겨 있을 수 있지만, 시각적으로는 대담한 색감, 분위기 있는 조명, 조화로운 구성을 통해 관람자가 잠시 멈추어 감상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신경 씁니다.
LED.ART에 전시된 ‘Statue Houses’ 연작의 3연작은, 우리가 불안과 결핍을 둘러싼 벽을 점점 더 쌓아올리고 그것을 콘크리트처럼 단단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우리는 물질적인 것들과 타인의 삶에 끝없이 주의를 빼앗기고 있으며, 특히 소셜미디어를 통해 서로를 마치 스스로 만든 울타리 뒤에서 바라보는 침묵하는 관찰자처럼 지켜보고 있습니다.

Q6. 본인의 작품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무엇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제가 가장 깊은 애착을 느끼는 작품 중 하나는 [Entwined Existences]입니다. 이 작품은 시각적인 구성뿐만 아니라 그 이면에 담긴 개념 덕분에 저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이 작품은 오늘날 사회에서 우리의 감정적이고 정서적인 선택들이 어떻게 직장 내 압박, 시장의 흐름, 그리고 사회·경제 시스템 속에서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의해 형성되는지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 주제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그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하지는 않더라도 말이죠. 게다가 이 작품은 이탈리아 피아첸차에서 열린 아트 공모전에서 1등을 수상했으며, 실제 작품은 해당 주최 단체의 컬렉션에 소장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인정은 저에게 예술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이 프로젝트를 더욱 뜻깊게 만들어주었습니다.


Entwined existences (2024), Photo courtesy of Svccy


Q7. 아티스트로서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었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A. 아티스트로서 제가 겪은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는, 제 내면의 아이디어와 비전을 지키면서도 각 작품이 제 예술적 정체성을 정의하는 더 큰 서정적 내러티브 안에 잘 어우러지도록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특히 끊임없이 새로운 기법이나 주제를 실험하며 진화하는 과정 속에서, 복잡한 생각이나 감정 상태를 시각 언어로 표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창의적으로 스스로를 밀어붙이면서도 작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흐름을 잃지 않는 것—이것은 늘 혁신과 일관성 사이의 섬세한 균형을 요구합니다. 시간이 지나며 저는 이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인내심과 깊은 성찰, 그리고 지속적인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그 개념이 제 전체적인 비전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오랫동안 고민합니다. 이전 작업들을 다시 들여다보고, 메모를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제가 예술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더 큰 대화에 어떤 의미 있는 가치를 더하는지를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이것은 계속되는 과정이지만, 저는 이제 그것이 창작자이자 한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정말 말하고 싶은 것과의 연결을 유지하면서도 변화에 열린 자세를 갖는 것—그것이 제 작업을 진실되고, 계속해서 진화하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Q8. 기억에 남는 전시, 협업, 혹은 수상 경험이 있다면 공유해 주세요.
A. 저의 커리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 중 하나는 런던 W1 Curates에서의 개인전 외에도, 빈첸초 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Norma) 와 주세페 베르디의 나부코(Nabucco) 를 위한 디지털 무대 시노그래피 작업에 참여한 일이었습니다. 두 공연 모두 전설적인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Maestro Riccardo Muti)의 지휘 아래 진행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정말로 높은 수준의 집중과 헌신을 요구하는 도전이었습니다. 총 다섯 시간이 넘는 음악을 시각적으로 해석하고 애니메이션화하는 작업이었기 때문입니다. 감정적으로 풍부하고 구조가 복잡한 음악을 시각 이미지로 번역하면서, 라이브 공연을 압도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지지하고 보완할 수 있는 비주얼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오페라의 내러티브와 음악 구조 모두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했습니다.
이 경험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 점은, 그것이 매우 다학제적(interdisciplinary)이었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디지털 아트 프로젝트와 달리, 이 작업은 디지털 아티스트의 일반적인 작업 범위를 넘어선 요소들과의 협업을 요구했습니다. 예를 들어, 라이브 클래식 오케스트라와의 조율, 무대 조명에 맞춘 시각 조정, 그리고 음악과 실시간으로 비주얼을 동기화하는 작업 등이 포함되었죠.
그 과정은 매우 고되고 긴장이 컸지만, 동시에 대단히 보람 있고 제게 큰 성장을 안겨준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단지 시각 예술가로서가 아니라, 소통자이자 협업자로서도 성장할 수 있었고, 클래식 음악, 연극, 디지털 미디어라는 서로 다른 영역을 하나의 예술적 경험으로 통합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Scene from Norma by V.Bellini, Theatro Alighieri, Italy(2023), Photo courtesy of Svccy 


Q9. 현재 주목하고 있는 디지털 아트 분야의 트렌드나 변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최근 저는 인공지능(AI) 의 급속한 발전과 그것이 예술, 특히 3D 디지털 분야에 적용되는 방식에 큰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생성형 디자인부터 실시간 에셋 제작, 고도화된 모션 및 텍스처 시뮬레이션에 이르기까지 AI 도구들을 통해 가능해지고 있다는 점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저를 특히 흥미롭게 하는 부분은, AI가 단순한 장치나 유행으로서가 아니라, 창작 과정의 일부를 실제로 향상시키고 가속화하는 의미 있는 도구로 통합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디어 발상 단계에서 도움을 주거나, UV 매핑이나 리깅처럼 반복적인 작업을 최적화하거나, 모델이나 장면의 예상치 못한 변형을 생성함으로써 새로운 영감을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도전은, 이런 기술들을 활용하되 예술의 깊이를 만드는 인간적인 요소—시적이고 감정적인 층위—를 잃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AI는 창작 비전을 지원하는 존재이지, 그것을 대체하는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3D 프로젝트에 AI를 통합하는 여러 방법을 실험하고 있으며, 혁신과 진정성 사이의 균형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지금은 디지털 아트에 있어 매우 흥미로운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도구들을 호기심과 목적의식을 가지고 접근하는 아티스트들이야말로, 가능성의 경계를 실질적으로 넓혀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Q10. 앞으로 LED.ART에게 기대하는 점이나, 맡아주었으면 하는 역할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저는 LED.ART가 이미 디지털 아티스트들에게 매우 가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의 작품을 인상적인 공간에서 효과적으로 선보이는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인상 깊은 점은, 작품이 전시되는 공간의 퀄리티뿐 아니라, 각 전시에 담긴 커뮤니케이션과 큐레이션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높은 전문성입니다.


Q11. 앞으로의 계획이나 예술적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앞으로의 예술적 목표 중 하나는 ‘Requiem’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화면을 넘어서는 하이브리드 형태의 표현 방식을 더 깊이 탐구하는 것입니다. 저는 특히 디지털과 물리적 공간, 시각과 음악이 결합된 몰입형 설치 작업과 오디오비주얼 퍼포먼스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Requiem — Preview at the Theatre , Photo courtesy of Svccy


DISCOVER HIS ARTWORKS on LED.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