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K SSS : 상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공간을 짓다
by LED.ART EDITORIAL
눈앞에 펼쳐진 장면은 분명 스크린 속 디지털 이미지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낯설지 않습니다.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고, 어디선가 봤던 것 같은 기분마저 듭니다. RANK SSS의 작품을 마주한 순간, 우리는 현실과 비현실 사이 어딘가에 서 있는 감정을 느낍니다. 건축과 자연, 빛과 공간이 섬세하게 직조된 그녀의 세계는, 작품을 보는 모든 이들을 조용히 감싸 안으며 새로운 감각의 문을 열어줍니다.

CHONGQING CHINA by Rank SSS
RANK SSS는 현재 두바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지털 아티스트이자 모션 디자이너입니다. 그녀는 건축과 생물기후학 전공 배경을 바탕으로 공간과 자연의 본질을 탐구해온 시선을 바탕으로, 디지털 캔버스 안에 새로운 차원의 풍경을 구현해냅니다. 공간은 그녀에게 단지 ‘있는 곳’이 아니라, 감정이 머물고 기억이 담기는 장소입니다. 디지털이라는 매체를 통해 RANK SSS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연결하고, 그 사이 어딘가에 존재할지도 모를 새로운 감각의 풍경을 제안합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RANK SSS가 직접 들려주는 창작의 동기, 작업의 원천, 그리고 그녀가 구축해온 세계의 이야기를 함께 따라가 봅니다.

GUANGZHOU CHINA by Rank SSS
Q1.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합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Sabrina Guechetouli 입니다. 알제리에서 태어나 지금은 두바이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건축가예요. Rank SSS라는 이름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생물기후 건축을 전공했고, 자연과 구조, 그리고 지각 사이의 관계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 주제를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모션 디자인과 3D 아트를 활용해서, 감정과 공간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탐구하고, 그 안에서 몰입감 있는 초현실적 풍경을 만들어내고자 합니다. 제 작업은 언제나 건축적인 사고에서 출발하지만, 그 끝은 기억이나 분위기 같은 아주 개인적인 정서에 닿아 있죠. 익숙함과 상상 사이, 그 조용한 틈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저의 작업 방식입니다.
Q2. 3D 미디어 아티스트가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저는 생물기후 건축을 전공했어요. 공간과 시스템, 그리고 인간과 환경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제 사고방식에 큰 영향을 줬죠. 하지만 자연은 단지 학문적인 관심 대상만은 아니었어요. 저는 자연 속에서 자랐고, 그 경험은 지금도 제 안에 깊이 남아 있습니다.
팬데믹 시기, 우리가 멈춰 서야 했던 그 시간 동안 저는 디지털 아트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처음엔 그저 집에서 이것저것 실험해보는 취미처럼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게 단순한 놀이를 넘어 진지한 작업이 되어갔죠. 온라인에 작업물을 올리기 시작했고, 예상치 못한 반응들이 찾아왔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지금의 길로 이어졌습니다. 사실 저는 늘 기술에도 흥미가 있었어요. 단순한 도구로서가 아니라, 인식을 바꾸는 매체로서요. 3D 작업은 저에게 그동안의 여러 관심사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자유를 줬어요. 건축적인 사고방식, 자연에 대한 애정, 그리고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흐리는 시각적 세계를 만드는 데 대한 열망. 그 모든 것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Q3. 작품에 대한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으시나요?
A. 저에게 자연은 언제나 작업의 출발점이에요. 저는 알제리에서 자랐는데, 그곳에서는 자연이 일상과 분리된 무언가가 아니라 늘 곁에 있는 감정적인 배경이었죠. 그런 환경은 제가 세상을 바라보고 표현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이후 생물기후 건축을 공부하면서, 자연을 단순히 아름다운 대상으로 보는 게 아니라, 굉장히 지능적이고 체계적인 존재로 바라보게 되었어요. 이 시각은 지금도 제가 시각적인 세계를 구성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PHOTO by Rank SSS
또 하나의 영감은 ‘공간’에서 와요. 여기서 말하는 공간은 물리적인 장소보다는, 현실에서 살짝 떨어진 듯한, 모호하고 멀리 있는 감각 같은 거예요. 낯설지만 왠지 익숙한 느낌. 저는 그런 분위기에 끌립니다. 건축은 제가 구조와 시점을 다루는 방식에 영향을 주고, 모션 디자인은 시간과 변화, 감정의 미세한 흐름들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가 되어줍니다.
저는 종종 정적인 것과 움직이는 것, 가까움과 거리감, 기억과 단절 같은 대비를 가지고 작업해요. 자연이나 공간을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그것들을 ‘닮은’ 환경을 만들어 보는 거죠. 관객이 그 안에서 조용한 낯섦이나 어떤 감정의 흔적을 느끼게 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WUHAN CHINA 2025 by Rank SSS
Q4. 영향을 받았거나 롤모델로 삼는 아티스트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저는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에게서 영감을 받아요. 유명한 디지털 아티스트들도 있지만, 이제 막 주목받기 시작한 새로운 목소리들이나 전혀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각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작업을 하고 있고, 그 과정이나 사고방식, 주제를 다루는 시선에서 항상 배울 점이 있어요. 그래서 특정한 한 사람만을 기준으로 삼기보다는, 그런 다양한 접근에 열려 있으려고 합니다. 이 자리에서 모두 언급할 수는 없지만, 저를 자극하는 사람들은 정말 많고, 그 다채로움이 제 창작 세계를 확장하고 진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Q5. 작업하실 때 주로 사용하는 툴이나 소프트웨어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사용하면서 느끼는 장점이나 어려운 점이 있다면 함께 나눠주세요.
A. 작업의 성격에 따라 사용하는 툴이 조금씩 달라지지만, 주로 사용하는 프로그램들이 몇 가지 있어요. 3D 작업에는 Cinema 4D, 3ds Max, 그리고 Lumion Render를 주로 사용하고요, 후반 작업에서는 After Effects, Premiere Pro, Photoshop 같은 Adobe 계열 툴을 많이 씁니다. 이미지 퀄리티를 높이거나 세부 디테일을 다듬을 땐 Topaz 같은 보조 소프트웨어도 함께 사용해요. 각 툴마다 역할이 다르고, 프로젝트의 방향이나 의도에 따라 조합을 달리하는 편이에요. 정해진 워크플로우를 고집하기보다는, 그때그때 가장 잘 맞는 방식과 툴을 선택해서 유연하게 작업하는 걸 선호합니다.
Q6. 작업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나 감정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A. 제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경이로움(wonder)’이라는 감각이에요. 어릴 적 우리가 세상을 처음 마주했을 때 느꼈던, 낯설고도 넓고, 어디선가 조용히 신비로움이 피어나는 듯한 그 감정이요.

ART IN SPACE DUBAI ART WEEK 2023 by Rank SSS
저는 스케일이나 시점, 그리고 초현실적인 구성을 통해 관객이 그런 감각을 다시 경험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합니다. 완전히 낯설지는 않지만, 어딘가 설명하기 어려운 익숙함이 느껴지는 세계. 그 경계에 있는 지각의 상태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특정한 메시지를 꼭 전달하려고 하진 않아요. 대신 제 작업이 열려 있는 공간처럼 느껴졌으면 해요. 관객이 잠시 멈춰 서서, 천천히 바라보고, 뚜렷하게 정의되지 않은 무언가와 조용히 연결될 수 있는 공간이요. 일상의 소음에서 살짝 벗어나, 고요한 시선으로 무언가를 바라볼 수 있는 순간. 제 작업을 마주한 사람들이 그런 감정을 오래 간직해주면 좋겠습니다.
Q7. 지금까지 작업한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그 이유도 함께 들려주세요.
A. 저에게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The Forest of Infinite Secrets’*예요. 이 작업은 저의 예술적 여정을 하나의 조각으로 엮은 듯한 작업으로, 총 22개의 모듈러 씬으로 구성된 시각적 아카이브라고 할 수 있어요. 각 장면마다 제가 공간과 자연, 그리고 지각을 바라보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유기적인 요소와 디지털 환경을 결합해, 기억과 풍경, 현실과 상상 사이의 관계를 탐구해요. 스케일과 구성을 활용해 관객에게 경이로움을 불러일으키고, 우리가 세상을 처음 마주했을 때 느꼈던 낯설고도 광활한 감각을 다시 떠올리게 하죠.

공간을 만드는 방식은 제 건축적 배경에서 비롯됐지만, 이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자연에 대한 저의 감정적 연결이 있어요. 단순한 작업 그 이상으로, 이 작품은 저 자신을 비추는 하나의 거울 같은 존재예요.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제 안에서 살아 있고, 끊임없이 다시 해석되고 있죠.
Q8. 작가로서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었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A. 디지털 아티스트로서 계속 마주하게 되는 도전 중 하나는 창의성과 기술 사이의 균형이에요. 하나의 아이디어를 표현하려면 새로운 툴을 익히거나 기존 도구를 더 깊이 다뤄야 할 때가 많죠. 이 분야는 워낙 빠르게 변화하고, 특히 요즘은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굉장히 가파르기 때문에 늘 새로운 무언가를 따라가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낄 수 있어요. 그 속도에 휩쓸리다 보면 작업의 흐름이 분산되거나 조각나는 느낌도 들고요.
하지만 기술적인 부분을 넘어서 제가 더 깊이 느끼는 도전은 바로 ‘산만함’과의 싸움이에요. 지금 우리가 사는 환경은 워낙 자극이 많고, 언제든 방향을 잃기 쉬운 시대잖아요. 어느 순간 내가 진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서 멀어져 있는 걸 느낄 때가 있어요.
그래서 저에게 진짜 중요한 ‘작업’은, 나의 방향과 감각에 계속 연결되어 있는 것이에요. 때로는 의도적으로 속도를 늦추고, 외부의 소음을 끊고, 다시 내 스타일과 감정, 영감의 원천으로 돌아갈 줄 아는 것이 필요하죠. 더 많은 걸 한다고 해서 명확함이 오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주의를 어디에 두느냐가 창작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Q9. 전시나 협업, 수상 경험 중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A. 꼭 유명한 전시나 큰 무대만이 특별하기 보다 규모가 크든 작든, 모든 경험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조용하게 지나갔던 프로젝트나, 초기의 작은 작업들이 오히려 제 작업 방식에 더 깊은 영향을 남기기도 했거든요.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은 Kanvas Gallery와 함께 <The Forest of Infinite Secrets>를 전시했을 때였어요. 몇 년간 천천히 다듬어온 프로젝트였는데, 큐레이션 된 공간에서 하나의 완결된 시각적 서사로 작품을 소개할 수 있었다는 점이 정말 특별했어요. 그동안 만들어온 여러 작업들을 한데 모아 선보였고, 제 작업을 관객에게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 한 단계 나아간 계기였죠.

KANVAS DUBAI 2025 by Rank SSS
그리고 잊지 못할 또 하나는 뉴욕의 Portion 갤러리에서 가졌던 첫 전시예요. 그때는 모든 게 불확실하고 모호하던 시기였지만, 그 경험이 저에게 방향성과 가능성을 처음으로 체감하게 해줬어요. 그 이후로 제 작업을 더 진지하게 대하게 되었고,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죠.
Q10. 최근 디지털 아트 씬에서 주목하고 있는 트렌드나 변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요즘 특히 주목하고 있는 변화는 디지털 아트가 스크린을 넘어 물리적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에요. 건축이나 상업 공간, 공공 장소 같은 곳에 디지털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통합되는 몰입형 포맷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어요. 이런 흐름은 단순히 시각적인 경험을 넘어서, 공간적이고 감정적인 차원까지 관객과 연결되는 새로운 방식들을 만들어내고 있죠.

NEWYORK TIMES SQUARE by Rank SSS
또 하나 눈여겨보고 있는 건 도구의 변화, 특히 AI의 빠른 발전이에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동시에, 작업 방식이나 창작자의 태도에 대해 더 의식적으로 선택하고 판단해야 할 필요성도 함께 생긴다고 느껴요. 요즘의 과제는 단순히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방향성과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야기를 어떻게 다른 포맷으로 확장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많아요. 시각적인 스토리텔링이 공간, 사운드, 움직임과 섞이면서 더 입체적이고 깊이 있는 경험으로 이어지는 방식들을 탐구하고 있어요.
Q11. 앞으로 LED.ART에서 기대하거나 바라는 역할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LED.ART가 앞으로도 다양한 컨셉추얼한 작품들을 통해 공공 공간을 활성화하는 플랫폼으로 계속 발전해 나가길 바라요. 특히 북아프리카나 서아시아처럼 아직 글로벌 무대에서 충분히 조명되지 않은 지역의 아티스트들을 더 많이 소개해준다면 정말 의미 있을 것 같아요. 그 안에는 깊이 있는 문화적 배경과 아직 발견되지 않은 창작자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SEOUL COEX S-LIVE KOREA by Rank SSS
또 한편으로는 더 몰입감 있는 경험이나 이야기 중심의 작업들을 지원하는 방향도 점점 더 중요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단순한 시각적 인상을 넘어서, 관객이 정서적으로 머물 수 있는 작업,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작업들이요. 여러 아티스트들이 공통의 주제 아래 함께 큐레이션되는 전시도 흥미로울 것 같아요. 그런 방식은 작품이 관객에게만 말을 거는 게 아니라, 서로에게, 그리고 전시된 공간 자체와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니까요.
Q12. 앞으로의 계획이나 예술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A. 앞으로도 디지털 아트와 물리적 공간 사이의 관계를 확장해 나가는 작업을 계속 이어가고 싶어요.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서, 관객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경험. 그런 몰입형 작업들을 더 많이 시도해보고 싶어요. 시각적인 환경이 사유하고, 감각하고, 정서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을지 탐구해보는 거죠.
장기적인 목표는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더욱 유연하게 흐리는 작업을 지속하는 것이에요. 디지털 미디어가 더 직관적이고, 층위가 깊으며,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포맷으로 확장될 수 있기를 바라요.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작업이 언제나 리서치에 기반하면서도 동시대성과 접근성을 잃지 않는 것이에요. 새로운 맥락과 관객에게도 유효하게 닿을 수 있는 작업을 꾸준히 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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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NK SSS : 상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공간을 짓다
by LED.ART EDITORIAL
눈앞에 펼쳐진 장면은 분명 스크린 속 디지털 이미지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낯설지 않습니다.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고, 어디선가 봤던 것 같은 기분마저 듭니다. RANK SSS의 작품을 마주한 순간, 우리는 현실과 비현실 사이 어딘가에 서 있는 감정을 느낍니다. 건축과 자연, 빛과 공간이 섬세하게 직조된 그녀의 세계는, 작품을 보는 모든 이들을 조용히 감싸 안으며 새로운 감각의 문을 열어줍니다.
CHONGQING CHINA by Rank SSS
RANK SSS는 현재 두바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지털 아티스트이자 모션 디자이너입니다. 그녀는 건축과 생물기후학 전공 배경을 바탕으로 공간과 자연의 본질을 탐구해온 시선을 바탕으로, 디지털 캔버스 안에 새로운 차원의 풍경을 구현해냅니다. 공간은 그녀에게 단지 ‘있는 곳’이 아니라, 감정이 머물고 기억이 담기는 장소입니다. 디지털이라는 매체를 통해 RANK SSS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연결하고, 그 사이 어딘가에 존재할지도 모를 새로운 감각의 풍경을 제안합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RANK SSS가 직접 들려주는 창작의 동기, 작업의 원천, 그리고 그녀가 구축해온 세계의 이야기를 함께 따라가 봅니다.
GUANGZHOU CHINA by Rank SSS
Q1.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합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Sabrina Guechetouli 입니다. 알제리에서 태어나 지금은 두바이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건축가예요. Rank SSS라는 이름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생물기후 건축을 전공했고, 자연과 구조, 그리고 지각 사이의 관계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 주제를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모션 디자인과 3D 아트를 활용해서, 감정과 공간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탐구하고, 그 안에서 몰입감 있는 초현실적 풍경을 만들어내고자 합니다. 제 작업은 언제나 건축적인 사고에서 출발하지만, 그 끝은 기억이나 분위기 같은 아주 개인적인 정서에 닿아 있죠. 익숙함과 상상 사이, 그 조용한 틈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저의 작업 방식입니다.
Q2. 3D 미디어 아티스트가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저는 생물기후 건축을 전공했어요. 공간과 시스템, 그리고 인간과 환경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제 사고방식에 큰 영향을 줬죠. 하지만 자연은 단지 학문적인 관심 대상만은 아니었어요. 저는 자연 속에서 자랐고, 그 경험은 지금도 제 안에 깊이 남아 있습니다.
팬데믹 시기, 우리가 멈춰 서야 했던 그 시간 동안 저는 디지털 아트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처음엔 그저 집에서 이것저것 실험해보는 취미처럼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게 단순한 놀이를 넘어 진지한 작업이 되어갔죠. 온라인에 작업물을 올리기 시작했고, 예상치 못한 반응들이 찾아왔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지금의 길로 이어졌습니다. 사실 저는 늘 기술에도 흥미가 있었어요. 단순한 도구로서가 아니라, 인식을 바꾸는 매체로서요. 3D 작업은 저에게 그동안의 여러 관심사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자유를 줬어요. 건축적인 사고방식, 자연에 대한 애정, 그리고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흐리는 시각적 세계를 만드는 데 대한 열망. 그 모든 것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Q3. 작품에 대한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으시나요?
A. 저에게 자연은 언제나 작업의 출발점이에요. 저는 알제리에서 자랐는데, 그곳에서는 자연이 일상과 분리된 무언가가 아니라 늘 곁에 있는 감정적인 배경이었죠. 그런 환경은 제가 세상을 바라보고 표현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이후 생물기후 건축을 공부하면서, 자연을 단순히 아름다운 대상으로 보는 게 아니라, 굉장히 지능적이고 체계적인 존재로 바라보게 되었어요. 이 시각은 지금도 제가 시각적인 세계를 구성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PHOTO by Rank SSS
또 하나의 영감은 ‘공간’에서 와요. 여기서 말하는 공간은 물리적인 장소보다는, 현실에서 살짝 떨어진 듯한, 모호하고 멀리 있는 감각 같은 거예요. 낯설지만 왠지 익숙한 느낌. 저는 그런 분위기에 끌립니다. 건축은 제가 구조와 시점을 다루는 방식에 영향을 주고, 모션 디자인은 시간과 변화, 감정의 미세한 흐름들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가 되어줍니다.
저는 종종 정적인 것과 움직이는 것, 가까움과 거리감, 기억과 단절 같은 대비를 가지고 작업해요. 자연이나 공간을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그것들을 ‘닮은’ 환경을 만들어 보는 거죠. 관객이 그 안에서 조용한 낯섦이나 어떤 감정의 흔적을 느끼게 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WUHAN CHINA 2025 by Rank SSS
Q4. 영향을 받았거나 롤모델로 삼는 아티스트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저는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에게서 영감을 받아요. 유명한 디지털 아티스트들도 있지만, 이제 막 주목받기 시작한 새로운 목소리들이나 전혀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각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작업을 하고 있고, 그 과정이나 사고방식, 주제를 다루는 시선에서 항상 배울 점이 있어요. 그래서 특정한 한 사람만을 기준으로 삼기보다는, 그런 다양한 접근에 열려 있으려고 합니다. 이 자리에서 모두 언급할 수는 없지만, 저를 자극하는 사람들은 정말 많고, 그 다채로움이 제 창작 세계를 확장하고 진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Q5. 작업하실 때 주로 사용하는 툴이나 소프트웨어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사용하면서 느끼는 장점이나 어려운 점이 있다면 함께 나눠주세요.
A. 작업의 성격에 따라 사용하는 툴이 조금씩 달라지지만, 주로 사용하는 프로그램들이 몇 가지 있어요. 3D 작업에는 Cinema 4D, 3ds Max, 그리고 Lumion Render를 주로 사용하고요, 후반 작업에서는 After Effects, Premiere Pro, Photoshop 같은 Adobe 계열 툴을 많이 씁니다. 이미지 퀄리티를 높이거나 세부 디테일을 다듬을 땐 Topaz 같은 보조 소프트웨어도 함께 사용해요. 각 툴마다 역할이 다르고, 프로젝트의 방향이나 의도에 따라 조합을 달리하는 편이에요. 정해진 워크플로우를 고집하기보다는, 그때그때 가장 잘 맞는 방식과 툴을 선택해서 유연하게 작업하는 걸 선호합니다.
Q6. 작업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나 감정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A. 제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경이로움(wonder)’이라는 감각이에요. 어릴 적 우리가 세상을 처음 마주했을 때 느꼈던, 낯설고도 넓고, 어디선가 조용히 신비로움이 피어나는 듯한 그 감정이요.
ART IN SPACE DUBAI ART WEEK 2023 by Rank SSS
저는 스케일이나 시점, 그리고 초현실적인 구성을 통해 관객이 그런 감각을 다시 경험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합니다. 완전히 낯설지는 않지만, 어딘가 설명하기 어려운 익숙함이 느껴지는 세계. 그 경계에 있는 지각의 상태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특정한 메시지를 꼭 전달하려고 하진 않아요. 대신 제 작업이 열려 있는 공간처럼 느껴졌으면 해요. 관객이 잠시 멈춰 서서, 천천히 바라보고, 뚜렷하게 정의되지 않은 무언가와 조용히 연결될 수 있는 공간이요. 일상의 소음에서 살짝 벗어나, 고요한 시선으로 무언가를 바라볼 수 있는 순간. 제 작업을 마주한 사람들이 그런 감정을 오래 간직해주면 좋겠습니다.
Q7. 지금까지 작업한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그 이유도 함께 들려주세요.
A. 저에게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The Forest of Infinite Secrets’*예요. 이 작업은 저의 예술적 여정을 하나의 조각으로 엮은 듯한 작업으로, 총 22개의 모듈러 씬으로 구성된 시각적 아카이브라고 할 수 있어요. 각 장면마다 제가 공간과 자연, 그리고 지각을 바라보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유기적인 요소와 디지털 환경을 결합해, 기억과 풍경, 현실과 상상 사이의 관계를 탐구해요. 스케일과 구성을 활용해 관객에게 경이로움을 불러일으키고, 우리가 세상을 처음 마주했을 때 느꼈던 낯설고도 광활한 감각을 다시 떠올리게 하죠.
공간을 만드는 방식은 제 건축적 배경에서 비롯됐지만, 이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자연에 대한 저의 감정적 연결이 있어요. 단순한 작업 그 이상으로, 이 작품은 저 자신을 비추는 하나의 거울 같은 존재예요.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제 안에서 살아 있고, 끊임없이 다시 해석되고 있죠.
Q8. 작가로서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었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A. 디지털 아티스트로서 계속 마주하게 되는 도전 중 하나는 창의성과 기술 사이의 균형이에요. 하나의 아이디어를 표현하려면 새로운 툴을 익히거나 기존 도구를 더 깊이 다뤄야 할 때가 많죠. 이 분야는 워낙 빠르게 변화하고, 특히 요즘은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굉장히 가파르기 때문에 늘 새로운 무언가를 따라가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낄 수 있어요. 그 속도에 휩쓸리다 보면 작업의 흐름이 분산되거나 조각나는 느낌도 들고요.
하지만 기술적인 부분을 넘어서 제가 더 깊이 느끼는 도전은 바로 ‘산만함’과의 싸움이에요. 지금 우리가 사는 환경은 워낙 자극이 많고, 언제든 방향을 잃기 쉬운 시대잖아요. 어느 순간 내가 진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서 멀어져 있는 걸 느낄 때가 있어요.
그래서 저에게 진짜 중요한 ‘작업’은, 나의 방향과 감각에 계속 연결되어 있는 것이에요. 때로는 의도적으로 속도를 늦추고, 외부의 소음을 끊고, 다시 내 스타일과 감정, 영감의 원천으로 돌아갈 줄 아는 것이 필요하죠. 더 많은 걸 한다고 해서 명확함이 오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주의를 어디에 두느냐가 창작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Q9. 전시나 협업, 수상 경험 중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A. 꼭 유명한 전시나 큰 무대만이 특별하기 보다 규모가 크든 작든, 모든 경험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조용하게 지나갔던 프로젝트나, 초기의 작은 작업들이 오히려 제 작업 방식에 더 깊은 영향을 남기기도 했거든요.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은 Kanvas Gallery와 함께 <The Forest of Infinite Secrets>를 전시했을 때였어요. 몇 년간 천천히 다듬어온 프로젝트였는데, 큐레이션 된 공간에서 하나의 완결된 시각적 서사로 작품을 소개할 수 있었다는 점이 정말 특별했어요. 그동안 만들어온 여러 작업들을 한데 모아 선보였고, 제 작업을 관객에게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 한 단계 나아간 계기였죠.
KANVAS DUBAI 2025 by Rank SSS
그리고 잊지 못할 또 하나는 뉴욕의 Portion 갤러리에서 가졌던 첫 전시예요. 그때는 모든 게 불확실하고 모호하던 시기였지만, 그 경험이 저에게 방향성과 가능성을 처음으로 체감하게 해줬어요. 그 이후로 제 작업을 더 진지하게 대하게 되었고,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죠.
Q10. 최근 디지털 아트 씬에서 주목하고 있는 트렌드나 변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요즘 특히 주목하고 있는 변화는 디지털 아트가 스크린을 넘어 물리적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에요. 건축이나 상업 공간, 공공 장소 같은 곳에 디지털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통합되는 몰입형 포맷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어요. 이런 흐름은 단순히 시각적인 경험을 넘어서, 공간적이고 감정적인 차원까지 관객과 연결되는 새로운 방식들을 만들어내고 있죠.
NEWYORK TIMES SQUARE by Rank SSS
또 하나 눈여겨보고 있는 건 도구의 변화, 특히 AI의 빠른 발전이에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동시에, 작업 방식이나 창작자의 태도에 대해 더 의식적으로 선택하고 판단해야 할 필요성도 함께 생긴다고 느껴요. 요즘의 과제는 단순히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방향성과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야기를 어떻게 다른 포맷으로 확장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많아요. 시각적인 스토리텔링이 공간, 사운드, 움직임과 섞이면서 더 입체적이고 깊이 있는 경험으로 이어지는 방식들을 탐구하고 있어요.
Q11. 앞으로 LED.ART에서 기대하거나 바라는 역할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LED.ART가 앞으로도 다양한 컨셉추얼한 작품들을 통해 공공 공간을 활성화하는 플랫폼으로 계속 발전해 나가길 바라요. 특히 북아프리카나 서아시아처럼 아직 글로벌 무대에서 충분히 조명되지 않은 지역의 아티스트들을 더 많이 소개해준다면 정말 의미 있을 것 같아요. 그 안에는 깊이 있는 문화적 배경과 아직 발견되지 않은 창작자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SEOUL COEX S-LIVE KOREA by Rank SSS
또 한편으로는 더 몰입감 있는 경험이나 이야기 중심의 작업들을 지원하는 방향도 점점 더 중요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단순한 시각적 인상을 넘어서, 관객이 정서적으로 머물 수 있는 작업,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작업들이요. 여러 아티스트들이 공통의 주제 아래 함께 큐레이션되는 전시도 흥미로울 것 같아요. 그런 방식은 작품이 관객에게만 말을 거는 게 아니라, 서로에게, 그리고 전시된 공간 자체와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니까요.
Q12. 앞으로의 계획이나 예술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A. 앞으로도 디지털 아트와 물리적 공간 사이의 관계를 확장해 나가는 작업을 계속 이어가고 싶어요.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서, 관객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경험. 그런 몰입형 작업들을 더 많이 시도해보고 싶어요. 시각적인 환경이 사유하고, 감각하고, 정서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을지 탐구해보는 거죠.
장기적인 목표는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더욱 유연하게 흐리는 작업을 지속하는 것이에요. 디지털 미디어가 더 직관적이고, 층위가 깊으며,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포맷으로 확장될 수 있기를 바라요.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작업이 언제나 리서치에 기반하면서도 동시대성과 접근성을 잃지 않는 것이에요. 새로운 맥락과 관객에게도 유효하게 닿을 수 있는 작업을 꾸준히 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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