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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만든 작품, 어디까지 표시해야 할까 — 미디어 아트와 AI 기본법 사이에서


by LED.ART EDITORIAL


생성형 AI는 이제 미디어 아트 제작 현장에서 빠질 수 없는 도구가 됐다. 컨셉 이미지를 빠르게 시각화하거나, 텍스처와 패턴을 생성하거나, 영상의 일부 구간을 보정하는 데 AI가 활용된다. 작가의 아이디어가 출발점이고, AI는 그 과정의 일부를 돕는다. 그런데 2026년 1월, 한국에서 AI 기본법이 시행되면서 이 익숙한 작업 방식이 새로운 질문 앞에 섰다. "이 작품에 AI를 썼다면, 표기를 해야 하나?"

AI 활용은 광범위해졌지만, 인식은 여전히 엇갈린다
AI 도구의 사용은 이미 창작 현장 전반으로 퍼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콘텐츠 제작 현장에서 작가의 46.8%, 기획 직군의 41.4%가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이는 2024년의 수치다. AI 보급 속도를 고려하면 2026년 현재 그 비율은 훨씬 높을 것이 분명하다. 미디어 아트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대중의 인식은 여전히 복잡한 이중성을 보인다. 변화는 분명히 일어나고 있다. 신규 아트 컬렉터의 54%는 AI 아트에 긍정적이고, 아트 열성 팬의 67%는 AI 생성 아트 시장의 성장을 낙관적으로 본다(Hiscox, 2024). AI 도구를 직접 써본 경험이 있는 아티스트일수록 AI를 위협이 아닌 도구로 받아들이는 경향도 뚜렷하다. 익숙해질수록 인식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source attribution 효과"는 2025년에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출처를 모르는 상태에서 감상할 때는 AI 작품을 선호하거나 동등하게 평가하면서도, "AI가 만든 작품"이라는 라벨이 붙는 순간 창의성 점수가 떨어지고 감상의 온도가 달라진다(Frontiers in Psychology, 2025). 눈은 구별하지 못하지만, 머리는 여전히 다르게 판단한다. 인식은 변하고 있지만, 완전히 도착하지는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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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생겼는데, 기준은 아직 모호하다
2026년 1월, 한국은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이른바 AI 기본법을 시행했다. EU가 AI Act를 먼저 제정했지만 실제 적용 시점 기준으로는 한국이 세계 최초다. AI에 관한 국가 차원의 법을 가장 먼저 현장에 적용한 나라가 됐다는 점에서, 이 법이 가져올 변화는 한국 창작 업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글로벌 기준이 어떻게 만들어질지를 가늠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
이 법 제31조는 생성형 AI로 만든 결과물에 AI 생성 사실을 표시하도록 규정한다. 그런데 실제로 어디까지 적용되는지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우선 표시 의무의 1차 대상은 Midjourney나 Adobe Firefly 같은 AI 서비스 사업자다. 이들이 생성물에 워터마크나 메타데이터를 삽입하는 것이 법의 핵심이다. 딥페이크처럼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결과물의 경우엔 활용자도 명확히 표시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여기서 중요한 예외가 하나 있다. 법 원문은 이렇게 명시한다.

"해당 결과물이 예술적·창의적 표현물에 해당하거나 그 일부를 구성하는 경우에는 전시 또는 향유 등을 저해하지 아니하는 방식으로 고지 또는 표시할 수 있다."


즉, 공간에 설치되어 재생되는 미디어 아트 작품 화면 위에 직접 AI 표기를 할 의무는 없다. 감상 경험을 해치지 않기 위한 예외 조항이 명시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시행령도 홈페이지나 사업장을 통한 고지를 의무 이행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가장 혼란스러운 지점은 여전히 남아있다. 컨셉 이미지 생성에만 AI를 썼다면? 영상의 일부 구간에만 AI 보정을 적용했다면? 최종 작품은 작가가 직접 제작했지만 초기 아이디에이션에서 AI를 활용했다면? 이 경계에 대해 법은 아직 구체적인 답을 주지 않는다. 정부도 이를 인식하고 과태료 계도기간을 최소 1년 이상 운영할 계획이라 밝혔다.
이 법이 만들어진 배경을 보면 맥락이 더 분명해진다. 딥페이크 선거 영상, 성착취 합성물 — 법의 출발점은 사회적 해악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미디어 아트를 규제하기 위한 법이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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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미디어 아트를 만드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법의 기준이 확정되기 전,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접근은 스스로의 기준을 먼저 세우는 것이다. 작품 화면에 직접 표기할 의무는 없지만, 웹사이트나 작품 설명 페이지를 통한 고지는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 동시에 관람객과의 신뢰를 만드는 방식이기도 하다.
AI 활용 방식에 따라 아래와 같이 구분해 표기하는 것을 하나의 기준으로 제안한다.
  • AI-assisted — 컨셉·아이디에이션 단계에만 AI를 활용하고, 최종 작품은 작가가 직접 제작한 경우
  • AI-collaborative — AI가 작품의 상당 부분을 생성하고, 작가가 디렉팅과 편집으로 완성한 경우
  • AI-generated — 작품 전체가 AI로 제작된 경우
이 세 가지 구분은 단순히 법적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라벨이 아니다. 작가의 창작적 개입이 어느 수준이었는지를 명확히 하는 언어이고, 나아가 AI 시대에 미디어 아트가 스스로를 설명하는 방식이다.
에델만의 2025년 조사에서 AI 활용 사실을 먼저 밝힌 경우 응답자의 68%가 더 높은 신뢰를 보냈다. 투명성은 가치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신뢰의 기반이 된다.

AI 기본법 시행은 미디어 아트 업계에 불편한 질문을 던졌지만, 동시에 중요한 기회이기도 하다. 법의 기준이 정착되기 전, 각자의 창작 방식을 언어화하고 업계 스스로 기준을 만들어가는 시작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LED.ART는 이 과정에서 투명하고 의미 있는 큐레이션의 기준을 함께 만들어가고자 한다.